런칭쇼가 끝난 다음 날, 대한민국 패션계의 헤드라인은 온통 'JS 패션'과 '런웨이 위의 신입사원'으로 도배되었다. '리-본(Re-Born)' 라인은 출시와 동시에 온라인 쇼핑몰 서버를 다운시켰고, 다은이 입었던 리넨 실크 자켓은 순식간에 완판을 기록했다.
"다은 씨! 아니, 이제 우리 팀의 마스코트라고 불러야 하나?"
지수 과장이 들뜬 목소리로 신문을 흔들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냉담했던 동료들이 이제는 앞다투어 다은에게 커피를 건네며 말을 걸었다. 다은은 얼떨떨하면서도 벅차오르는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기다리는 반응은 따로 있었다.
징—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렸다. [옥상 정원으로 올 수 있습니까? 5분 뒤에.] 서준의 문자였다.
다은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옥상으로 향했다. 서울의 정취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옥상 정원, 그곳에 서준이 난간에 기대어 있었다. 다은을 본 그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어제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다은 씨가 무대에 오를 때, 내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어요."
"저도요. 사장님 아니었으면 절대 못 했을 거예요. 저를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서준은 다은에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이제 시작이에요. 우리 기획이 성공했다는 건, 이제 우리를 견제하는 시선들도 더 날카로워질 거라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그의 말은 예언과도 같았다. 같은 시각, 회장실 옆 전략기획실에서는 서준의 큰형인 강서진 전무와 둘째 형인 강서훈 상무가 모여 있었다. 그들은 막내동생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막내가 이번 일로 아버지의 신임을 완전히 얻었어. 이대로 두면 차기 경영권은 서준이 놈한테 갈 거야."
서진 전무가 차갑게 말했다. 그들은 '리-본' 라인의 성공을 시기하며, 오히려 이 프로젝트를 자신들의 실적으로 흡수하거나 아니면 아예 망가뜨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며칠 뒤, 다은은 뜻밖의 지시를 받게 된다. 마케팅팀의 주도로 진행되던 '리-본' 라인의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 운영권이 갑자기 전략기획실로 이관되었다는 통보였다. 사실상 서준의 공을 가로채려는 형들의 노골적인 공격이었다.
"사장님, 이건 너무 불공평해요! 우리가 밤새워 준비한 기획인데..."
다은이 분개하며 사장실로 달려갔지만, 서준은 예상외로 침착했다.
"형들이 움직일 줄은 알았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서준은 지도를 하나 펼쳤다. 그가 가리킨 곳은 화려한 백화점이 아닌, 서울의 오래된 골목인 '창신동' 일대였다.
"형들은 백화점 팝업스토어로 화려한 겉치레만 하려고 하겠죠. 우리는 진짜 '리-본'의 정신을 보여줄 겁니다. 다은 씨, 우리만의 '비밀 프로젝트'를 시작해 볼까요? 우리 옷을 직접 만드는 장인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하는 축제 같은 팝업 말입니다."
서준의 눈은 다시금 열정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다은은 그 눈빛을 보며 확신했다. 권력 다툼 속에서도 그는 진심을 잃지 않을 것이고, 자신은 기꺼이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네, 사장님! 아니, 서준 씨. 이번에도 제가 기적을 만들어볼게요."
두 사람은 사장실의 넓은 책상 위에서 새로운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창밖으로는 서울의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었고, 두 사람의 그림자는 어느 때보다 가깝게 맞닿아 있었다. 그것은 다가올 폭풍우 속에서도 꺾이지 않을 사랑과 신뢰의 약속이었다.
[다음 회 예고] 창신동 골목에서 펼쳐지는 게릴라 팝업 스토어! 서준의 형들은 이를 비웃으며 방해 공작을 펼치지만, 다은은 SNS의 힘을 빌려 반전을 노린다. 그리고 비 오는 밤, 좁은 골목길에서 서준이 다은에게 건넨 진심 어린 고백의 정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