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빗소리는 감미로운 배경음악이었지만, 오늘 아침 다은의 귓가를 때리는 것은 차가운 현실의 소음이었다. 출근길 지하철 안, 사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 다은은 의아한 마음에 휴대폰을 켰고,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린 사진을 보는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단독] JS 패션 황태자 강서준, 신입사원과 골목길 밀회… ‘리-본’ 프로젝트는 특혜였나?
창신동의 낡은 작업실 앞, 비를 맞으며 서로를 안고 있던 서준과 다은의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사진 속의 분위기는 더없이 애틋했지만, 기사는 두 사람의 관계를 ‘부적절한 로맨스’와 ‘인사 특혜’로 몰아가고 있었다.
회사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다은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다은 씨! 사장님과의 관계를 이용해 프로젝트를 따낸 게 사실입니까?” “두 분 어제 창신동에서 무엇을 하셨나요?”
보안 요원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사무실에 들어왔지만, 마케팅팀의 분위기는 어제와 180도 달랐다. 동료들은 다은과 눈을 마주치기를 피했고, 몇몇은 대놓고 차가운 한숨을 내뱉었다. 성공적이었던 창신동 팝업스토어의 성과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자극적인 스캔들만이 남았다.
그때, 서준의 형인 강서진 전무가 마케팅팀으로 들이닥쳤다.
“이다은 씨, 지금 당장 짐 싸서 나가세요.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직원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전무님! 이건 오해입니다. 어제는 업무 연장선이었고...”
다은이 항변하려 했지만, 서진은 비웃음을 날리며 말을 끊었다.
“업무 중에 키스라도 하나 보지? 당신 때문에 강 사장의 입지가 얼마나 위태로워졌는지 알아? 지금 이사회에서는 강 사장의 해임안까지 거론되고 있어. 사장을 살리고 싶으면, 당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조용히 사라지는 게 답이야.”
다은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자신 때문에 서준이 쌓아온 모든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괴롭혔다. 사장실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서준은 이미 이사회에 소환되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은은 텅 빈 회의실에 앉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서준은 자신을 위해 사장직까지 걸고 아버지를 설득했었다. 이제는 자신이 그를 지켜야 할 차례였다. 다은은 떨리는 손으로 하얀 종이 위에 글자를 적어 내려갔다. ‘사직서’.
퇴근 시간 무렵, 다은은 아무도 모르게 짐을 챙겼다. 마지막으로 사장실 문 앞을 서성이던 그녀는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서준의 고단한 한숨 소리를 들었다. 차마 문을 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문 앞에 작은 라떼 한 잔과 함께 자신의 사직서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서준 씨, 당신의 런웨이가 나 때문에 멈추지 않았으면 해요. 당신이 보여준 진심, 잊지 않을게요.’
다은은 눈물을 닦으며 회사를 나섰다. 서울의 밤거리는 여전히 화려했지만, 그녀의 마음엔 차가운 비가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다은이 회사를 떠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사직서를 발견한 서준의 눈빛이 무섭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사직서를 구겨 쥐고 비서실로 전화를 걸었다.
“당장 이다은 씨 위치 파악해. 그리고 홍보팀에 전해. 10분 뒤에 긴급 기자회견 열겠다고.”
서준은 더 이상 방어만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정면 돌파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음 회 예고] "그녀는 제 영감의 원천이자, 제가 지켜야 할 단 하나의 진심입니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서준의 긴급 기자회견! 파격적인 폭로와 고백이 이어지고, 소식을 듣고 멈춰 선 다은의 발걸음. 과연 두 사람은 이 폭풍을 함께 헤쳐 나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