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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10화: 회장님의 호출, 그리고 정면 돌파

by AK98 2026. 5. 2.

JS 패션의 심장부인 20층 회장실. 두꺼운 마호가니 문이 열리자,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한 정적이 다은을 덮쳤다. 그곳엔 JS 패션의 창업주이자 서준의 아버지, 강 회장이 매서운 눈빛으로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어제 동대문 골목에서 다정하게 원단을 들고 걷던 다은과 서준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자네가 이다은인가?”

강 회장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방 안을 가득 채울 만큼 위엄이 있었다. 다은은 마른침을 삼키며 허리를 숙였다.

“네, 마케팅팀 신입사원 이다은입니다.”

“신입사원이 사장과 밤거리를 쏘다니며 사진이 찍히다니. 덕분에 우리 홍보팀이 아침부터 아주 바쁘더군. 패션 회사는 이미지가 생명인데, 자네가 내 아들의 커리어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비수 같은 말들이 다은의 가슴을 찔렀다. 다은은 떨리는 손을 꽉 맞잡았다. 하지만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회장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회장님, 그 사진 속의 모습은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라, 사라진 원단을 찾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었습니다. 사장님은 위기에 처한 프로젝트를 살리기 위해 직접 발로 뛰신 것이고, 저는 그 열정을 따랐을 뿐입니다.”

“말은 잘하는군. 하지만 결과가 없으면 그건 변명일 뿐이야.”

강 회장이 헛기침을 하던 그때, 문이 거칠게 열리며 서준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분노와 초조함으로 굳어 있었다. 서준은 다은의 앞을 가로막으며 회장을 마주 보았다.

“아버지, 이 사람 부른 이유가 저 때문이라면 저와 말씀하시죠. 이다은 씨는 제 지시를 따랐을 뿐입니다.”

“지시? 시장 골목에서 그렇게 다정하게 웃는 게 지시였단 말이냐? 너답지 않게 왜 이렇게 냉정함을 잃어!”

강 회장의 호통에 서준은 오히려 차분하게 대답했다.

“냉정을 잃은 게 아니라, 진심을 찾은 겁니다. 제가 ‘리-본’ 프로젝트에 목을 매는 이유, 그리고 이다은 씨를 끝까지 믿는 이유. 그건 이 사람이 우리 회사가 잊고 있던 ‘옷에 대한 진심’을 일깨워줬기 때문입니다.”

서준은 다은의 손을 꽉 잡았다. 수많은 카메라와 직원들의 눈보다, 지금 이 순간 곁에 있는 다은을 지키는 것이 그에게는 더 중요했다.

“아버지, 이번 런칭쇼에서 증명하겠습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실패한다면, 저 사장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더 이상 이다은 씨의 실력과 인격에 대해 누구도 토 달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다은은 깜짝 놀라 서준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위해 사장직까지 걸다니. 서준의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는 뜨겁고도 단단했다. 강 회장은 한참 동안 아들을 응시하다가 허허로운 웃음을 터뜨렸다.

“좋다. 사장직을 걸었다 이거지? 일주일 뒤 런칭쇼. 그게 네놈과 이 신입사원의 운명을 결정할 거다. 나가봐!”

회장실을 나온 두 사람.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은은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사장님... 왜 그런 무리한 약속을 하셨어요? 저 때문에 사장님 인생이 걸린 거잖아요.”

서준은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누르고 다은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다은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이다은 씨 인생도 걸린 일입니다. 그리고 나, 지는 싸움은 안 해요. 당신이 만든 그 옷, 내가 세상에서 가장 빛나게 만들 거니까.”

서준의 눈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다은은 그 눈빛을 보며 깨달았다. 이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서로를 향한 믿음의 증명이었고, 서울의 화려한 조명 아래서 시작된 두 사람의 진짜 사랑 이야기의 서막이었다.

창밖의 서울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렀다. 폭풍이 지나간 뒤의 하늘처럼, 두 사람의 앞날도 그렇게 맑게 개기를 다은은 간절히 기도했다.

 

[다음 회 예고] 드디어 다가온 런칭쇼 디-데이! 하지만 유채영 실장의 마지막 방해 공작으로 메인 모델이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텅 빈 런웨이, 모두가 당황한 그때 서준이 다은에게 건넨 파격적인 제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