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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19화: 결혼 준비는 프로젝트보다 어렵다?!

by AK98 2026. 6. 1.

"네! 좋아요, 서준 씨. 당신과 함께라면 평생 어떤 런웨이라도 걸을게요."

다은의 눈물 섞인 대답과 함께 파티장에는 축포가 터졌고, 전 세계 패션계 인사들의 뜨거운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서준은 다은의 손가락에 목련 반지를 끼워주며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로 만들어 주겠노라 다짐했다.

하지만 감동적인 프로포즈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두 사람 앞에는 '결혼 준비'라는 인생 최대의 난공불락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준아, 예식장은 당연히 가문의 전통대로 신라호텔 영빈관으로 해야지. 하객만 최소 천 명은 올 텐데." 큰형 서진은 경영권 다툼에서 밀려난 뒤, 어떻게든 동생의 결혼식을 화려하게 꾸며 가문의 위세를 과시하려 했다.

반면 다은의 생각은 달랐다. "서준 씨, 저는 화려한 호텔보다 우리가 처음 진심을 나눴던 창신동 골목이나, 소박한 한옥 마당에서 스몰 웨딩을 하고 싶어요. 우리 '리-본' 라인의 철학처럼, 의미 있는 결혼식이었으면 좋겠거든요."

세기의 재벌가 결혼식을 기대하는 집안의 압박과, 소박하지만 따뜻한 결혼식을 원하는 다은의 의견 사이에서 서준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수백억 원짜리 글로벌 프로젝트도 척척 결단 내리던 서준이었지만, '웨딩홀 선정'과 '청첩장 디자인' 앞에서는 그 역시 초보 예비 신랑일 뿐이었다.

"디렉터님, 여기 드레스 투어 리스트인데 사장님 스케줄이랑 맞춰보셔야 해요." "사장님, 회장님께서 예물 관련해서 부르십니다."

낮에는 JS 패션의 사장과 디렉터로서 산더미 같은 업무를 처리하고, 밤에는 결혼 준비로 코피가 터지기 일보 직전인 나날이 이어졌다. 다은은 신입사원 시절보다 더 짙어진 다크서클을 가리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던 어느 주말, 가구와 가전을 보러 백화점을 돌던 두 사람은 결국 쌓인 피로 때문에 작은 말다툼을 벌이게 되었다.

"서준 씨는 왜 자꾸 다 좋다고만 해요? 소파 색상 하나 고르는 것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다은 씨가 좋아하는 거면 다 좋아서 그래요. 나한테는 당신 취향이 곧 내 취향이니까." "그건 회피죠! 같이 살 집이잖아요."

서준은 지친 기색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다은 역시 속상한 마음에 고개를 돌렸다. 화려한 패션계의 중심에 서 있는 두 사람이었지만, 정작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꾸미는 일에는 서툴고 지쳐 있었다.

그때 서준이 다은의 손을 잡고 백화점 지하 카페로 향했다. 그가 주문해 온 것은 다름 아닌 따뜻한 카페라떼 두 잔이었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요? 다은 씨가 내 수트에 이 갈색 라떼를 쏟았을 때." 서준이 라떼를 한 모금 마시며 부드럽게 웃었다. 다은도 서준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기억나죠. 제 인생이 정말 새하얗게 질렸던 날인데."

"그때 우리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도 서로의 진심 하나만 보고 달렸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주변의 시선과 격식에 얽매여서 정작 중요한 우리 마음을 놓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결혼식, 남들 보여주려고 하는 거 아닙니다. 다은 씨가 원하는 대로 해요. 내가 회장님과 형들은 책임지고 설득할 테니까."

서준의 다정한 귓속말에 다은의 굳어있던 마음이 봄눈 녹듯 사르르 녹아내렸다. 맞잡은 두 손 위로 따뜻한 라떼의 온기가 전해졌다. 완벽함만을 추구하던 서준이 다은을 만나 변해갔듯, 두 사람은 결혼이라는 새로운 출발선 앞에서 또 한 번 서로를 닮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이 선택한 결혼식 장소가 공개되자 JS 패션은 물론이고 언론 전체가 또다시 발칵 뒤집히게 된다.

[다음 회 예고 - 최종화] "가장 우리다운 무대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서울의 가장 아름다운 골목길에서 펼쳐지는 기적 같은 웨딩 마치! '라떼 신입' 이다은과 강서준 사장의 눈부시고 가슴 벅찬 마지막 이야기가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