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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6화: 소문의 화살, 정면으로 마주하다

by AK98 2026. 5. 2.

어제의 꿈같던 저녁 식사는 한여름 밤의 신기루였을까. 출근하자마자 다은을 맞이한 것은 상쾌한 아침 인사가 아닌, 서늘하게 가라앉은 사무실의 공기였다. 탕비실에 들어서자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봤어?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 신입이 벌써 사장님 차를 타?" "어쩐지, 기획안이 단번에 통과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실력이 아니라 다른 게 '열정적'이었나 보지."

날카로운 비수 같은 말들이 다은의 가슴에 꽂혔다. 다은은 애써 못 들은 척 자리에 앉았지만, 마우스 위를 얹은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제 서준과 나눴던 진심 어린 대화들이 오해라는 얼룩으로 덮여가는 것 같아 속상함이 밀려왔다.

"다은 씨, 잠깐 회의실로 좀 올래?"

팀장인 지수 과장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무거웠다. 회의실 문이 닫히자 지수 과장이 난감한 표정으로 게시판 캡처 화면을 보여주었다. 어젯밤, 서준의 차에 오르던 다은의 뒷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다은 씨, 사장님이랑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야? 아니면... 정말 소문대로야?"

"아니에요, 과장님! 어제 기획안 때문에 식사하면서 조언을 좀 들은 것뿐이에요. 차는... 집 근처라고 태워주신다고 하셔서..."

다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실을 말해도 변명처럼 느껴지는 상황이 억울해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수 과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다은 씨 실력 믿어. 하지만 회사라는 곳이 그래. 결과물로 증명하기 전까지는 이런 소음이 다은 씨를 괴롭힐 거야."

오전 내내 다은은 투명 인간 취급을 받았다. 협조가 필요한 자료 요청에도 선배들은 "사장님한테 직접 물어보지 그래요?"라며 빈정거렸다. 그때였다. 무거운 침묵을 깨고 마케팅팀 사무실 문이 활짝 열렸다.

"전 직원 주목."

강서준 사장이었다. 그의 등장에 사무실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준은 평소보다 훨씬 차갑고 위엄 있는 표정으로 팀 중앙에 섰다. 그의 시선이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다은에게 머물렀다가, 이내 직원들을 향했다.

"오늘 아침 게시판에 올라온 저질스러운 게시글을 봤습니다. 우리 회사가 언제부터 근거 없는 소문으로 동료를 품평하는 곳이 됐죠?"

서준의 낮은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수군거리던 직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이다은 씨의 기획안이 채택된 건, 그 안에 담긴 '진정성'이 우리 JS 패션이 나아갈 방향과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실력이 아닌 다른 요소로 성과를 폄훼하는 행위는, 기획안을 승인한 내 안목을 모욕하는 것과 같습니다."

서준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모두가 들으라는 듯 단호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어제 이다은 씨에게 저녁을 청하고 차로 데려다준 건 나입니다. 신입사원의 뛰어난 아이디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때문이었죠. 사적인 사유로 업무를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겠습니다."

서준의 파격적인 정면 돌파에 사무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그는 다은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뒤돌아 나갔다. 다은은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소문의 중심에 스스로 걸어 들어간 남자의 등은 넓고도 든든했다.

서준이 나간 후, 지수 과장이 다은의 어깨를 툭 쳤다. "봤지? 사장님이 저 정도로 나오시는 건 처음이야. 다은 씨, 이제 실력으로 보여주는 일만 남았네."

점심시간 무렵, 다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점심은 제대로 챙겨 먹어요. 소음은 내가 끌 테니, 다은 씨는 빛날 준비만 해요.]

서준의 문자였다. 다은은 꾹 참았던 눈물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 서울의 화려한 빌딩 숲 사이에서 혼자라고 느꼈던 순간, 누군가 자신의 손을 굳게 잡아준 기분이었다. 다은은 눈물을 닦고 다시 모니터를 켰다. 이제 더 이상 숨지 않을 것이다. 그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의 실력으로 증명할 차례였다.

 

[다음 회 예고] '리-본' 라인의 첫 샘플이 나오는 날! 하지만 공장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 다은과 서준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단둘이 밤샘 작업을 하게 되는데... 좁은 작업실에서 피어나는 묘한 기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