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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윤슬이 반짝이는 마을-제19화:함께 가꾸는 바다, 그리고 영원의 약속

by AK98 2026. 8. 5.

여름의 청량함이 깊어가던 청호리 마을에 가슴 벅찬 경사가 찾아왔다.

윤서의 '바른 바다 치과'가 단순한 개별 의원을 넘어, 지자체 및 어촌계와 협력하여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청호리 구강 보건·복지 케어 센터'로 첫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윤서의 정성 어린 진료에 감동한 보건소와 시청에서 적극적인 예산 지원을 결정했고, 윤서의 아버지 이찬영 원장 역시 서울 병원 측의 최첨단 이동 진료 기기를 기증하며 힘을 보탰다.

센터 개소식 날, 치과 앞마당은 아침부터 축제 분위기로 왁자지껄했다.

"아이구, 우리 금손 원장님 덕에 시골 늙은이들 이빨 걱정 없이 만수무강하겠네!"

박 씨 할머니를 비롯한 마을 어르신들은 가슴에 알록달록한 카네이션을 달고 기쁨의 눈시울을 붉혔다. 어촌계장님은 시청에서 받은 감사패를 윤서에게 내밀며 우렁차게 박수를 쳤다.

조무사 경희와 함께 감사패를 받으며 환하게 웃는 윤서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빛났다. 서울에서 남이 정해준 궤도를 달릴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스스로 가꿔낸 삶에 대한 깊은 보람과 뿌듯함이 그녀의 가슴을 온통 따뜻하게 채웠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석양이 해변을 붉게 물들일 무렵, 태현이 윤서의 손을 살포시 잡고 해변 산책로로 이끌었다.

"원장님, 이제 공식 행사는 끝났으니 저랑 진짜 중요한 행사를 하러 가시죠."

"진짜 중요한 행사요?"

윤서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태현은 특유의 다정하고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윤서를 서핑 숍 근처 언덕 위 작은 은빛 백사장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청호리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두 사람만의 비밀 장소였다.

언덕에 올라서자 수평선 너머로 주황빛과 붉은빛, 그리고 은빛 윤슬이 융단처럼 펼쳐진 장엄한 노을 바다가 눈앞에 들어왔다. 잔잔하게 밀려드는 파도 소리가 가슴을 뭉클하게 울렸다.

태현은 주머니 속에서 작고 정갈한 케이스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는 밤바다의 은빛 윤슬 모양이 섬세하게 세공된 깔끔하고 단아한 은반지 한 쌍이 들어 있었다. 윤서가 선물 받았던 자개 펜던트와 완벽한 한 쌍을 이루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반지였다.

"태현 씨…"

윤서의 목소리가 얇게 떨렸다. 태현은 윤서의 앞에 다가서서 그녀의 두 손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그의 깊고 단단한 눈동자 속에는 붉은 노을과 함께 오롯이 윤서의 모습만이 담겨 있었다.

"윤서 씨, 처음 이곳에 내려왔을 때 외롭고 상처받았던 눈빛을 기억해요. 하지만 윤서 씨는 스스로 용기를 냈고, 이 청호리 바다만큼이나 넓고 따뜻한 마음으로 마을 사람들과 저를 품어주었습니다."

태현의 손길이 윤서의 손가락에 반지를 조심스럽게 끼워주었다. 꼭 들어맞는 반지의 감촉과 함께 태현의 온기가 윤서의 온몸으로 피어올랐다.

"돈이나 화려한 명예로 채워진 삶은 약속할 수 없지만, 윤서 씨가 평생 이곳에서 마음껏 숨 쉬고 웃을 수 있도록 가장 든든한 방파제가 되어줄게요. 제 삶의 모든 윤슬을 윤서 씨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태현은 나직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진실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와 결혼해 줄래요, 윤서 씨?"

노을빛이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보석처럼 부서져 내렸다. 윤서의 눈에서 감동과 기쁨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서울에서 도망쳐 왔던 그 외롭고 쓸쓸했던 날들이, 마침내 이 남자를 만나기 위한 찬란한 여정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네… 네, 태현 씨! 당연하죠, 제 답은 언제나 태현 씨예요."

윤서는 태현의 목을 끌어안으며 품에 안겼다. 태현 역시 윤서를 허리에 감아쥐고 세상을 다 얻은 듯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가볍게 안아 올렸다. 두 사람의 붉어진 입술이 마주쳤고, 붉은 석양과 파도 소리가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을 따뜻하게 축복해 주었다.

그날 밤, 두 사람의 약혼 소식은 순식간에 청호리 마을 전체로 퍼져나갔다.

어촌계장님과 박 씨 할머니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마을 회관에 모여 "우리 금손 원장님이랑 맥가이버 태현이가 드디어 국수를 먹여주는구나!" 하며 제 일처럼 기뻐했고, 마을 자체적으로 바닷가 백사장 전통 간이 간소 웨딩을 준비하자며 흥겨운 잔치를 벌이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온 외로운 이방인 윤서와 청호리의 푸른 바다를 닮은 태현. 두 사람의 사랑은 마침내 온 마을 사람들의 뜨거운 축복 속에서 가장 단단하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가고 있었다.

 

[이어지는 20화 예고 (최종화)] 푸른 동해 바다와 은빛 윤슬이 가득한 청호리 백사장에서 펼쳐지는 윤서와 태현의 동화 같은 바닷가 결혼식! 마을 사람들과 부모님의 축복 속에서 완성되는 영원한 힐링 로맨스의 아름다운 마침표가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