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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43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7화: 오직 두 사람만의 밤샘 작업 서준의 파격적인 보호 덕분에 사내의 따가운 시선은 조금 잦아들었지만, 다은은 오히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리-본(Re-Born)' 프로젝트의 성패가 이제 자신의 명예뿐만 아니라 서준의 안목까지 증명하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드디어 첫 번째 샘플 의상이 나오는 날. 다은은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 샘플실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 완성된 옷이 아니라, 난감한 표정의 패턴사와 엉망이 된 원단이었다."이다은 씨, 미안하게 됐어. 재활용 원단이라 그런지 박음질 단계에서 자꾸 올이 풀리네. 일반 기계로는 이 특수 자수(메모리 태그)를 박기가 어려워."다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일 오전이면 임원진에게 최종 샘플을 공개해야 했다. 지금 다시 원단을 구하고 공장을 수소문하기엔 시간이 턱.. 2026. 5. 2.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6화: 소문의 화살, 정면으로 마주하다 어제의 꿈같던 저녁 식사는 한여름 밤의 신기루였을까. 출근하자마자 다은을 맞이한 것은 상쾌한 아침 인사가 아닌, 서늘하게 가라앉은 사무실의 공기였다. 탕비실에 들어서자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봤어?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 신입이 벌써 사장님 차를 타?" "어쩐지, 기획안이 단번에 통과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실력이 아니라 다른 게 '열정적'이었나 보지."날카로운 비수 같은 말들이 다은의 가슴에 꽂혔다. 다은은 애써 못 들은 척 자리에 앉았지만, 마우스 위를 얹은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제 서준과 나눴던 진심 어린 대화들이 오해라는 얼룩으로 덮여가는 것 같아 속상함이 밀려왔다."다은 씨, 잠깐 회의실로 좀 올래?"팀장인 지수 과장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무거웠다. 회의실 문이 닫히자 지수 .. 2026. 5. 2.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5화: 예상 밖의 퇴근길, 그리고 첫 번째 식사 "정말... 제가 장소를 정해도 괜찮을까요?"퇴근 시간 직전, 서준으로부터 온 짧은 문자 한 통에 다은의 심장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7시, 정문 앞. 장소는 이다은 씨가 정한 곳으로 가죠.] 사장님과의 저녁 식사라니. 다은은 점심시간 내내 맛집 커뮤니티를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그녀가 선택한 곳은 화려한 파인 다이닝이 아닌 자신의 단골 식당이었다.7시 정각, 정문 앞에 멈춰 선 검은색 세단에서 서준이 내렸다. 퇴근길의 직장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다은에게 다가왔다."어디로 갈까요? 신입사원의 안목을 믿어보죠."그녀가 서준을 안내한 곳은 종로의 좁은 골목 끝에 위치한 작은 **'심야 식당'**이었다. 따뜻한 노란 조명이 비치는 낡은 나무 간판에는 '봄의 맛'이라는.. 2026. 5. 2.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4화: 떨리는 발표, 그리고 반전의 서막 JS 패션 본사 15층 대회의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다은은 차가운 손바닥을 치마에 연신 문질러 닦았다. 회의실 정중앙에는 서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고, 그 옆으로는 쟁쟁한 마케팅팀의 베테랑들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신입사원이 기획한 안이라고요? 너무 감상적인 것 아닙니까?"발표가 채 끝나기도 전에 마케팅본부의 최 이사가 찬물을 끼얹었다. 최 이사는 JS 패션의 보수적인 라인을 대변하는 인물로, 서준의 파격적인 행보를 내심 견제하고 있었다."패션은 숫자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추억'이니 '온기'니 하는 단어들은 마케팅 지표에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 이다은 씨, JS 패션이 자선 단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다은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어젯밤 서준과 편의.. 2026. 5. 2.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3화: 야근의 끝에서 만난 뜻밖의 온기 밤 9시. 통유리 너머로 보이던 서울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이 하나둘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낮의 소란스러움이 가라앉은 마케팅팀 사무실엔 다은의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가끔 들려오는 에어컨의 기계음만이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리-본(Re-Born) 라인... 단순히 재활용이 아니라, '기억의 부활'이어야 해."다은은 중얼거리며 모니터 속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서준이 준 자료는 방대했다. JS 패션이 가진 기술력은 최고였지만, 에코 라인이 대중에게 주는 이미지는 여전히 '비싼 재활용품'에 머물러 있었다. 다은은 이 간극을 메우고 싶었다. 옷 한 벌에 담긴 진심이 소비자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 그녀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낡은 한복을 가방으로 만들어 주셨던 기억을 떠올리며 기획안을 채워 나갔다."꼬르륵—".. 2026. 5. 2.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2화: 사장실에서의 첫 번째 미션 마케팅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다은은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 것을 느꼈다. 입사 1시간 만에 ‘사장님께 라떼를 쏟은 신입’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될 줄이야. 다은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팀장인 김지수 과장 앞으로 다가갔다.“저... 과장님. 신입사원 이다은입니다. 아까 로비에서...”“들었어, 다은 씨. 로비 전광판보다 우리 회사 메신저가 더 빠르거든.”지수 과장은 안쓰러운 듯 다은의 어깨를 토닥였다.“걱정 마. 사장님이 그렇게 빡빡한 분은 아니셔. 다만... 좀 독특하시긴 하지. 자, 일단 책상 정리부터 해. 짐 풀 시간은 줄게.”다은은 떨리는 손으로 개인 사물함을 정리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아까 본 서준의 눈빛뿐이었다. 날카로운 수트를 적시던 갈색 커피, 그리고 그 사이로 느껴지던 단단.. 2026.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