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5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11화: 비어버린 런웨이, 뜻밖의 모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거대한 곡선 아래, JS 패션의 '리-본(Re-Born)' 라인 런칭쇼가 열리고 있었다. 화려한 조명과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흐르고, 패션계의 거물들과 인플루언서들이 앞다투어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백스테이지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뭐라고요? 메인 모델이 아직 도착을 안 했다니요?"다은의 목소리가 절망적으로 떨렸다. 쇼의 피날레를 장식할 메인 의상인 '동대문 리넨 실크 자켓'을 입기로 한 톱모델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병원에 이송되었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사고 지점은 유채영 실장이 추천했던 메이크업 샵 근처였다."이건 사고가 아니야. 누군가 의도적으로 길을 막은 거라고!"지수 과장이 분노했지만, 지금 당장 모델을 구할 방법은 없었다. 런웨이 입구에서 팔짱을 낀 채 서 .. 2026. 5. 7.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10화: 회장님의 호출, 그리고 정면 돌파 JS 패션의 심장부인 20층 회장실. 두꺼운 마호가니 문이 열리자,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한 정적이 다은을 덮쳤다. 그곳엔 JS 패션의 창업주이자 서준의 아버지, 강 회장이 매서운 눈빛으로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어제 동대문 골목에서 다정하게 원단을 들고 걷던 다은과 서준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자네가 이다은인가?”강 회장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방 안을 가득 채울 만큼 위엄이 있었다. 다은은 마른침을 삼키며 허리를 숙였다.“네, 마케팅팀 신입사원 이다은입니다.”“신입사원이 사장과 밤거리를 쏘다니며 사진이 찍히다니. 덕분에 우리 홍보팀이 아침부터 아주 바쁘더군. 패션 회사는 이미지가 생명인데, 자네가 내 아들의 커리어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비수 같은 말들이 다은의 가슴을 찔렀다. 다은.. 2026. 5. 2.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9화: 동대문의 밤, 기적을 찾는 두 사람 런칭 이벤트를 단 사흘 앞둔 아침, JS 패션 마케팅팀은 비명 섞인 외마디 소리로 시작되었다."원단이... 원단이 없어요!"다은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리-본(Re-Born)' 라인의 메인 의상을 제작할 핵심 원단인 '빈티지 리넨 실크' 롤이 보관 창고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이 원단은 이탈리아의 한 오래된 공방에서 폐기 직전의 원사를 모아 특수 제작한 것으로, 지금 당장 해외 주문을 넣어도 도착까지 최소 2주는 걸리는 귀한 물건이었다."누가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신입, 정신 안 차려?"최 이사의 호통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은은 사색이 되어 창고를 뒤졌다. 하지만 CCTV는 마침 점검 중이었다는 허망한 답변만 돌아왔다. 구석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유채영 실장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한마.. 2026. 5. 2.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8화: 불청객, 런웨이 위의 차가운 그림자 아침 햇살이 샘플실의 높은 창을 통해 쏟아졌다. 밤새 스탠드 불빛 아래 씨름하던 다은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자신의 어깨에 덮인 서준의 코트가 묵직하고 따뜻했다. 옆을 보니 서준은 벌써 일어나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쓸어 넘기며 완성된 자켓을 검토하고 있었다."일어났습니까? 조금 더 자도 되는데."서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잠겨 있어 묘하게 섹시했다. 다은은 얼굴이 발그레해진 채 서둘러 옷을 정리했다. 그때,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구두 소리가 복도 끝에서부터 들려왔다.또각, 또각, 또각.문이 거칠게 열리고, 화려한 레드 수트를 입은 여자가 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 JS 패션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서준과 뉴욕 유학 시절을 함께 보낸 '유채영'이었다. 그녀는 서준의 집안에서도 눈여겨보는 유력한 신붓감 후보.. 2026. 5. 2.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7화: 오직 두 사람만의 밤샘 작업 서준의 파격적인 보호 덕분에 사내의 따가운 시선은 조금 잦아들었지만, 다은은 오히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리-본(Re-Born)' 프로젝트의 성패가 이제 자신의 명예뿐만 아니라 서준의 안목까지 증명하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드디어 첫 번째 샘플 의상이 나오는 날. 다은은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 샘플실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 완성된 옷이 아니라, 난감한 표정의 패턴사와 엉망이 된 원단이었다."이다은 씨, 미안하게 됐어. 재활용 원단이라 그런지 박음질 단계에서 자꾸 올이 풀리네. 일반 기계로는 이 특수 자수(메모리 태그)를 박기가 어려워."다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일 오전이면 임원진에게 최종 샘플을 공개해야 했다. 지금 다시 원단을 구하고 공장을 수소문하기엔 시간이 턱.. 2026. 5. 2.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6화: 소문의 화살, 정면으로 마주하다 어제의 꿈같던 저녁 식사는 한여름 밤의 신기루였을까. 출근하자마자 다은을 맞이한 것은 상쾌한 아침 인사가 아닌, 서늘하게 가라앉은 사무실의 공기였다. 탕비실에 들어서자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봤어?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 신입이 벌써 사장님 차를 타?" "어쩐지, 기획안이 단번에 통과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실력이 아니라 다른 게 '열정적'이었나 보지."날카로운 비수 같은 말들이 다은의 가슴에 꽂혔다. 다은은 애써 못 들은 척 자리에 앉았지만, 마우스 위를 얹은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제 서준과 나눴던 진심 어린 대화들이 오해라는 얼룩으로 덮여가는 것 같아 속상함이 밀려왔다."다은 씨, 잠깐 회의실로 좀 올래?"팀장인 지수 과장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무거웠다. 회의실 문이 닫히자 지수 .. 2026. 5. 2.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