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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17화: 시간이 새긴 증거, 진심은 변하지 않는다 다은의 고향 집은 나지막한 산 아래 자리 잡은 작은 한옥이었다. 마당 한구석에 핀 목련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고, 서울의 소음 대신 정겨운 풀벌레 소리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서준은 낯선 풍경을 찬찬히 둘러보며 다은이 자라온 흔적을 눈에 담았다."여기가 제가 꿈을 키우던 곳이에요. 사장님을 모시기엔 너무 허름하죠?""아니요. 아주 따뜻한 곳이네요. 다은 씨가 왜 그런 다정한 디자인을 하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다은은 서둘러 안방 다락방을 뒤졌다. 먼지 쌓인 상자들 사이에서 낡은 비단보에 싸인 물건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것은 그녀의 할머니가 평생을 기록해온 자수 일기장과 낡은 손수건들이었다."찾았어요! 여기 보세요, 서준 씨."빛바랜 종이 위에는 다은이 '리-본' 프로젝트에서 선보였던 독특한 자.. 2026. 5. 14.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16화: 진실의 프레임, 엇갈린 공격 서준의 파격적인 기자회견은 세상을 뒤흔들었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다음 날 아침, JS 패션 사옥 앞은 해임을 요구하는 주주들과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준의 형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강 사장, 제정신인가? 회사 가치를 지키겠다고 공언하더니, 결국 사적인 감정으로 브랜드를 진흙탕에 처박았어.”강서진 전무의 서슬 퍼런 공격에도 서준은 꼿꼿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다. 유채영 실장이 이사회장에 난입하듯 들어와 서류 뭉치를 던진 것이다.“이게 다입니까? 강 사장님이 지키려던 그 ‘진심’이라는 게 사실은 ‘도둑질’이었다면요?”서류에는 다은이 기획한 ‘리-본’ 라인의 초기 스케치와 해외 무명 디자이너의 과거 포트폴리오가 나란히 비교되어 있었다. 자수.. 2026. 5. 12.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15화: 정면돌파,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고백 JS 패션 1층 로비는 몰려든 취재진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수십 대의 카메라가 단상을 향해 일제히 셔터를 눌러댔고, 생중계용 조명은 눈이 시릴 정도로 밝았다. 잠시 후, 감색 수트를 빈틈없이 차려입은 서준이 단상 위로 올라왔다. 그의 표정은 비장하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안녕하십니까. JS 패션 사장 강서준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최근 저와 관련된 소문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말씀드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서준의 첫마디에 장내에 정적이 흘렀다. 같은 시각, 서울의 한 한적한 버스 정류장. 다은은 짐가방을 발치에 둔 채 편의점 앞 TV에서 흘러나오는 서준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창신동 골목길에서의 사진, 맞습니다. 제가 이다은 씨를 안았고, 제가 먼저 마음을 표현했.. 2026. 5. 12.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14화: 폭풍의 아침, 그리고 이별의 예감 어제의 빗소리는 감미로운 배경음악이었지만, 오늘 아침 다은의 귓가를 때리는 것은 차가운 현실의 소음이었다. 출근길 지하철 안, 사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 다은은 의아한 마음에 휴대폰을 켰고,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린 사진을 보는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단독] JS 패션 황태자 강서준, 신입사원과 골목길 밀회… ‘리-본’ 프로젝트는 특혜였나?창신동의 낡은 작업실 앞, 비를 맞으며 서로를 안고 있던 서준과 다은의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사진 속의 분위기는 더없이 애틋했지만, 기사는 두 사람의 관계를 ‘부적절한 로맨스’와 ‘인사 특혜’로 몰아가고 있었다.회사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다은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이다은 씨! 사장님과.. 2026. 5. 12.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13화: 빗물 섞인 라떼, 그리고 진심의 온도 창신동의 가파른 골목길은 서울의 화려한 빌딩 숲과는 전혀 다른 시간을 살고 있었다. 낡은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골목을 채우고, 오토바이들이 좁은 길을 분주하게 오가는 이곳은 JS 패션의 화려한 옷들이 태어나는 진짜 고향이었다."사장님, 아니 서준 씨. 정말 여기서 팝업을 열어도 괜찮을까요?"다은은 낡은 한옥을 개조한 작은 작업실을 둘러보며 물었다. 서준은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페인트칠을 돕다가 웃으며 대답했다."백화점의 화려한 조명보다, 이 옷이 만들어진 땀방울이 맺힌 곳이 '리-본'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줄 겁니다. 다은 씨가 말했잖아요. 패션은 위로이자 용기라고. 우리는 여기서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달할 거예요."서준의 형들이 백화점에서 수억 원을 들여 화려한 팝업 스토어를 준비하는 동안, 다은과 마.. 2026. 5. 7.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12화: 축제의 밤, 그리고 다가오는 파도 런칭쇼가 끝난 다음 날, 대한민국 패션계의 헤드라인은 온통 'JS 패션'과 '런웨이 위의 신입사원'으로 도배되었다. '리-본(Re-Born)' 라인은 출시와 동시에 온라인 쇼핑몰 서버를 다운시켰고, 다은이 입었던 리넨 실크 자켓은 순식간에 완판을 기록했다."다은 씨! 아니, 이제 우리 팀의 마스코트라고 불러야 하나?"지수 과장이 들뜬 목소리로 신문을 흔들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냉담했던 동료들이 이제는 앞다투어 다은에게 커피를 건네며 말을 걸었다. 다은은 얼떨떨하면서도 벅차오르는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기다리는 반응은 따로 있었다.징—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렸다. [옥상 정원으로 올 수 있습니까? 5분 뒤에.] 서준의 문자였다.다은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옥상으로 향.. 2026.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