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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13화: 빗물 섞인 라떼, 그리고 진심의 온도 창신동의 가파른 골목길은 서울의 화려한 빌딩 숲과는 전혀 다른 시간을 살고 있었다. 낡은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골목을 채우고, 오토바이들이 좁은 길을 분주하게 오가는 이곳은 JS 패션의 화려한 옷들이 태어나는 진짜 고향이었다."사장님, 아니 서준 씨. 정말 여기서 팝업을 열어도 괜찮을까요?"다은은 낡은 한옥을 개조한 작은 작업실을 둘러보며 물었다. 서준은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페인트칠을 돕다가 웃으며 대답했다."백화점의 화려한 조명보다, 이 옷이 만들어진 땀방울이 맺힌 곳이 '리-본'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줄 겁니다. 다은 씨가 말했잖아요. 패션은 위로이자 용기라고. 우리는 여기서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달할 거예요."서준의 형들이 백화점에서 수억 원을 들여 화려한 팝업 스토어를 준비하는 동안, 다은과 마.. 2026. 5. 7.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12화: 축제의 밤, 그리고 다가오는 파도 런칭쇼가 끝난 다음 날, 대한민국 패션계의 헤드라인은 온통 'JS 패션'과 '런웨이 위의 신입사원'으로 도배되었다. '리-본(Re-Born)' 라인은 출시와 동시에 온라인 쇼핑몰 서버를 다운시켰고, 다은이 입었던 리넨 실크 자켓은 순식간에 완판을 기록했다."다은 씨! 아니, 이제 우리 팀의 마스코트라고 불러야 하나?"지수 과장이 들뜬 목소리로 신문을 흔들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냉담했던 동료들이 이제는 앞다투어 다은에게 커피를 건네며 말을 걸었다. 다은은 얼떨떨하면서도 벅차오르는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기다리는 반응은 따로 있었다.징—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렸다. [옥상 정원으로 올 수 있습니까? 5분 뒤에.] 서준의 문자였다.다은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옥상으로 향.. 2026. 5. 7.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11화: 비어버린 런웨이, 뜻밖의 모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거대한 곡선 아래, JS 패션의 '리-본(Re-Born)' 라인 런칭쇼가 열리고 있었다. 화려한 조명과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흐르고, 패션계의 거물들과 인플루언서들이 앞다투어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백스테이지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뭐라고요? 메인 모델이 아직 도착을 안 했다니요?"다은의 목소리가 절망적으로 떨렸다. 쇼의 피날레를 장식할 메인 의상인 '동대문 리넨 실크 자켓'을 입기로 한 톱모델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병원에 이송되었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사고 지점은 유채영 실장이 추천했던 메이크업 샵 근처였다."이건 사고가 아니야. 누군가 의도적으로 길을 막은 거라고!"지수 과장이 분노했지만, 지금 당장 모델을 구할 방법은 없었다. 런웨이 입구에서 팔짱을 낀 채 서 .. 2026. 5. 7.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10화: 회장님의 호출, 그리고 정면 돌파 JS 패션의 심장부인 20층 회장실. 두꺼운 마호가니 문이 열리자,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한 정적이 다은을 덮쳤다. 그곳엔 JS 패션의 창업주이자 서준의 아버지, 강 회장이 매서운 눈빛으로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어제 동대문 골목에서 다정하게 원단을 들고 걷던 다은과 서준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자네가 이다은인가?”강 회장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방 안을 가득 채울 만큼 위엄이 있었다. 다은은 마른침을 삼키며 허리를 숙였다.“네, 마케팅팀 신입사원 이다은입니다.”“신입사원이 사장과 밤거리를 쏘다니며 사진이 찍히다니. 덕분에 우리 홍보팀이 아침부터 아주 바쁘더군. 패션 회사는 이미지가 생명인데, 자네가 내 아들의 커리어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비수 같은 말들이 다은의 가슴을 찔렀다. 다은.. 2026. 5. 2.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9화: 동대문의 밤, 기적을 찾는 두 사람 런칭 이벤트를 단 사흘 앞둔 아침, JS 패션 마케팅팀은 비명 섞인 외마디 소리로 시작되었다."원단이... 원단이 없어요!"다은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리-본(Re-Born)' 라인의 메인 의상을 제작할 핵심 원단인 '빈티지 리넨 실크' 롤이 보관 창고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이 원단은 이탈리아의 한 오래된 공방에서 폐기 직전의 원사를 모아 특수 제작한 것으로, 지금 당장 해외 주문을 넣어도 도착까지 최소 2주는 걸리는 귀한 물건이었다."누가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신입, 정신 안 차려?"최 이사의 호통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은은 사색이 되어 창고를 뒤졌다. 하지만 CCTV는 마침 점검 중이었다는 허망한 답변만 돌아왔다. 구석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유채영 실장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한마.. 2026. 5. 2.
[단편소설] 런웨이 위의 라떼 - 제8화: 불청객, 런웨이 위의 차가운 그림자 아침 햇살이 샘플실의 높은 창을 통해 쏟아졌다. 밤새 스탠드 불빛 아래 씨름하던 다은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자신의 어깨에 덮인 서준의 코트가 묵직하고 따뜻했다. 옆을 보니 서준은 벌써 일어나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쓸어 넘기며 완성된 자켓을 검토하고 있었다."일어났습니까? 조금 더 자도 되는데."서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잠겨 있어 묘하게 섹시했다. 다은은 얼굴이 발그레해진 채 서둘러 옷을 정리했다. 그때,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구두 소리가 복도 끝에서부터 들려왔다.또각, 또각, 또각.문이 거칠게 열리고, 화려한 레드 수트를 입은 여자가 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 JS 패션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서준과 뉴욕 유학 시절을 함께 보낸 '유채영'이었다. 그녀는 서준의 집안에서도 눈여겨보는 유력한 신붓감 후보.. 2026. 5. 2.